콘서트 본인확인 과도함 (암표근절, 티켓팅, 팬문화)
솔직히 저는 최근까지 콘서트 본인확인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인 줄 몰랐습니다. 데이식스 팬 미팅에서 경찰까지 동행해 신원을 확인했지만 입장을 거부당한 팬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제가 HOT 콘서트를 보러 다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암표를 근절한다는 명분 아래 정작 진짜 팬들이 모욕감을 느끼며 입장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암표근절 명목으로 시작된 과도한 본인확인
요즘 케이팝 콘서트
에서는 암표 근절을 이유로 입장 시 본인확인을 진행합니다. 여기서 본인확인이란 티켓 구매자와 실제 입장자가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뜻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 등본, 생활기록부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이름을 물어보거나, 신분증 발급 일자를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팬은 고모 명의로 티켓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왜 부모님이 아닌 고모 명의로 했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연을 보러 온 자리에서 본인의 가정사까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절차가 모든 관객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간단한 확인만으로 통과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온갖 서류를 제출하고도 의심을 받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강요죄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출처: 법제처). 합의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협박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티켓팅 전쟁, 예전과 지금의 차이
제가 HOT 팬이었던 시절에는 콘서트 티켓을 제일은행에서 선착순으로 구매했습니다. 은행이 오픈하기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추운 길바닥에 앉아 밤을 새는 건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끼리 모여서 친목도 다지고, 콘서트 티켓을 살 생각에 흥분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부지런하고 내 시간을 투자할 의지만 있다면 좋은 자리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예매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피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여기서 피켓팅이란 'P(piano, 피아노 건반처럼 빠르게 타이핑)+티켓팅'의 합성어로, 손가락이 피아노 연주하듯 빨라야만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싸이 콘서트 예매를 시도했을 때도 예매 시간 전에 노트북과 핸드폰을 대기시켜놓고 초시계를 보면서 정확히 시간이 되는 순간 접속했지만, 사이트 폭주로 몇백 명 대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정말 가고 싶은 콘서트가 있으면 동생과 남편에게까지 부탁해서 동시에 예매를 시도합니다.
- 예매 시간 최소 10분 전부터 대기 페이지 접속
- 노트북, 핸드폰, 태블릿 등 가능한 모든 기기 동원
- 가족 구성원 전체에게 협조 요청하여 동시 접속
- 대기 번호가 가장 빠른 사람이 최종 구매 진행
본인확인이 정말 암표를 막을까
일부에서는 본인확인 절차가 암표 근절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암표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은 모바일 신분증 위조 서비스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티켓값의 절반에서 티켓값 수준의 금액을 받고 위조 신분증을 제공하는 불법 계정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본인확인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일반 팬들이 불법 서비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해외 콘서트 현장을 여러 번 경험한 팬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본인확인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티켓을 소지한 사람을 쫓아내는 행위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 소비층이 10대, 20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대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잘못된 문화입니다. 암표상들이 져야 할 부담을 정작 진짜 팬들에게 전가하는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팬문화가 바뀌어야 암표도 사라진다
저는 암표 문제의 핵심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표를 사는 사람이 없다면 파는 사람도 없어질 테니까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티켓을 양도하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대량 구매해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됐습니다. 이런 암표 문화는 결국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게도 피해를 입힙니다. 실제 팬들은 티켓팅에 실패해 공연을 보지 못하고, 암표상들이 사놓은 좋은 자리는 판매되지 않아 결국 공석으로 남는 경우도 봤습니다.
기술적인 개선도 필요합니다. 제가 작년에 장범준 콘서트에 갔을 때는 종이 티켓이 아니라 앱을 통해 본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과도한 신분증 검사 없이도 본인확인이 가능합니다. 또한 공연 횟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해결책입니다. 이번에 못 가도 다음 기회가 있다면, 굳이 부당하게 판매되는 암표를 살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공정한 티켓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결국 이 문제는 시스템 개선과 팬 문화 성숙이 함께 이뤄져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저희 팬들도 암표 거래에 절대 참여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주최 측도 팬들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대신 신뢰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연장에 오기까지 팬들이 쏟아부은 시간과 애정을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 모욕감과 불안으로 얼룩져서는 안 됩니다. 작은 변화라도 시작된다면, 언젠가는 팬들이 마음 편히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 참고: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