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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보호 심리 (양육자 팬덤, 유사 연애,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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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HOT 팬이었던 시절, 제가 왜 그렇게 오빠들을 지키려 했는지 당시엔 몰랐습니다. 주변 어른이 HOT를 비판하면 마치 친동생 칭찬받게 하려는 것처럼 장점을 줄줄 늘어놓았고, 해체 소식에는 소속사 앞에서 흰 풍선을 흔들었습니다. 그 감정이 단순한 팬심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한참 지나서야 정리가 됐습니다. 팬이 아이돌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까지 가면 위험해지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양육자 팬덤, "내가 키운 내 새끼" 양육자 팬덤(Parental Fandom)이란 단순히 아이돌을 응원하는 수준을 넘어 그 사람의 인기와 커리어를 팬이 직접 만들어 준다는 인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팬층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저 가수가 지금 자리에 있는 건 내가 키웠기 때문"이라는 자부심이 행동의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저도 HOT 활동 당시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직 10대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시절, 어른들이 "저게 무슨 가수냐"며 핀잔을 줄 때마다 제가 직접 나서서 HOT의 음악성과 무대 실력을 설명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팬심이기도 했지만 "이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줬으면 한다"는 일종의 보호 본능이었습니다. 이 심리는 최근 케이팝 팬덤에서 훨씬 조직화된 형태로 나타납니다. 총공(総攻)이란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돌의 순위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팬들이 집단적으로 동시에 행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음원 스밍(Streaming), 즉 스트리밍 지수를 올리기 위해 여러 계정으로 반복 재생하는 행위부터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한 투표 총공까지 그 방식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사무총장과 부회장이 있는 위계 조직을 만들고 전략을 하달하는 방식은 팬클럽이 아니라 선거 캠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연간 음반 판매량을 보면 이 현상이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2013년에는 약 826만 장이었던...

팬들이 아이돌을 우리 애라고 부르는 이유 (친밀감, 본명 애칭, 한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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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나 팬카페를 보면 "우리 애가 오늘 무대 찢었다" "우리 애 왜 이렇게 예뻐" 같은 표현이 넘쳐납니다. 예명 대신 본명을 부르고, 심지어 '우리 애'라는 호칭까지 사용하는 팬들의 언어 습관은 단순히 친근함을 넘어 한국 특유의 팬덤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도 중학교 시절 HOT 팬이었을 때 강타를 '칠현오빠', 토니를 '승호오빠'라고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누군가 그냥 "토니"라고 부르면 어디선가 달려와 "토니가 너 친구니? 토니오빠라고 해"라고 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팬들이 아이돌 본명을 선호하는 이유 아이돌은 데뷔할 때 기획사가 만든 예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명은 브랜딩 전략의 일부이자 상표권 분쟁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은 예명보다 본명을 훨씬 자주 사용합니다. 레드벨벳 웬디는 '손승완'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은 '최연준'으로 불리는 식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적 편의성입니다( 출처: 주간동아 ). 한국어 화자에게는 "연준을 봤다"보다 "최연준을 봤다" "연준이를 봤다"가 입에 더 잘 붙습니다. 특히 응원법에서 이름을 외칠 때 세 음절을 연호한 뒤 한 박자 쉬는 것이 리듬감 측면에서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응원법(應援法)이란 콘서트나 음악방송에서 팬들이 노래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케이팝 특유의 문화를 뜻합니다. 제가 HOT 팬이었을 때도 응원법에는 항상 본명이 들어갔습니다. "문희준! 장우혁! 안승호! 안칠현! 이재원!" 이렇게 세 음절씩 맞춰서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기획사가 공식 응원법을 만들 때도 본명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예명 관리에 엄격한 기획사조차 본명의 효용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세븐틴의 유닛 '부석순'처럼 본명에서 ...

아이돌 응원법의 모든 것 (떼창, 팬덤,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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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장에서 수만 명의 팬이 한 목소리로 가수 이름을 외치는 순간, 그 전율을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HOT 콘서트에서 '환희'의 응원법을 목 놓아 불렀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응원법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아이돌 응원법은 누가 만드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셨을 겁니다. 오늘은 1세대 팬덤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응원법의 모든 것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떼창에서 시작된 응원법의 역사 한국의 아이돌 응원법은 1999년 HOT의 '아이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떼창(mass singing)이란 관객 다수가 동시에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현상을 뜻하는데, 여기에 체계적인 구호와 타이밍이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응원법으로 발전했습니다. 저도 그 시절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응원법을 익히고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에는 팬클럽 회장과 임원들이 모여 응원법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문희준 장우혁 안승호 안칠현 이재원'처럼 멤버 생년월일 순서대로 이름 본명을 외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영원해요 우린하나'처럼 팬들의 진심을 담은 응원 구호까지 만들어졌죠. 해외 유명 가수들이 한국 콘서트 후 "한국 팬들의 떼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체계적인 응원 문화 때문입니다. 특히 간주(interlude) 부분, 즉 노래 중간에 악기만 연주되는 구간에 응원법이 집중됐습니다. 이 때가 팬들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순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모든 팬들이 "내 목소리가 무대 위 가수에게 닿기를"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목 놓아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팬덤이 만들던 응원법, 이제는 소속사가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응원법 제작 주체입니다. 예전에는 팬들이 자...

굿즈 문화의 진짜 의미 (팬덤, 소비심리,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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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저는 H.O.T. 굿즈를 사느라 학원비를 몰래 쓴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 엄청 혼났지만, 그때는 정말 멤버들이 가진 모든 걸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토니 인형부터 문희준 캡모자까지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건 다 샀고, 공연 사진을 모아 스크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굿즈 시장을 보면 그때와 본질은 똑같지만, 규모와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덤 문화가 굿즈를 키운 배경 굿즈(Goods)라는 단어는 원래 '상품'이나 '소비재'를 뜻하는 평범한 영어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이 단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재탄생했습니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마음을 담아 소유하는 특별한 아이템, 즉 팬덤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저는 19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 팬덤을 직접 경험한 세대입니다. H.O.T., 젝스키스, 핑클로 이어지던 그 시절에도 이미 굿즈 문화는 존재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기획사가 체계적으로 만든 공식 굿즈보다는, 문방구에서 파는 비공식 상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공연장에서 누가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들을 문방구에서 사고, 연예 잡지를 친구들끼리 나눠 보며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스크랩하던 시절이었죠. 국제음악산업협회(IFPI) 보고서에 따르면( 출처: IFPI ) K-POP 산업은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굿즈 시장도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팬덤(Fandom)이란 특정 대상을 열렬히 좋아하는 팬들의 집단을 뜻하는데, 이들이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 바로 굿즈 소비였습니다.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굿즈의 힘 굿즈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자리 잡은 데는 여러 사회적 흐름이 겹쳐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큰 요인은 희소성(限定性)과 소장 가치입니다. 저도 H.O.T. DNA 상품을 샀던 기억이 나는데, 멤버들의 DNA를 소장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