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법의 모든 것 (떼창, 팬덤, 콘서트)
콘서트장에서 수만 명의 팬이 한 목소리로 가수 이름을 외치는 순간, 그 전율을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HOT 콘서트에서 '환희'의 응원법을 목 놓아 불렀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응원법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아이돌 응원법은 누가 만드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셨을 겁니다. 오늘은 1세대 팬덤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응원법의 모든 것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떼창에서 시작된 응원법의 역사
한국의 아이돌 응원법은 1999년 HOT의 '아이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떼창(mass singing)이란 관객 다수가 동시에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현상을 뜻하는데, 여기에 체계적인 구호와 타이밍이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응원법으로 발전했습니다. 저도 그 시절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응원법을 익히고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에는 팬클럽 회장과 임원들이 모여 응원법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문희준 장우혁 안승호 안칠현 이재원'처럼 멤버 생년월일 순서대로 이름 본명을 외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영원해요 우린하나'처럼 팬들의 진심을 담은 응원 구호까지 만들어졌죠. 해외 유명 가수들이 한국 콘서트 후 "한국 팬들의 떼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체계적인 응원 문화 때문입니다.
특히 간주(interlude) 부분, 즉 노래 중간에 악기만 연주되는 구간에 응원법이 집중됐습니다. 이 때가 팬들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순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모든 팬들이 "내 목소리가 무대 위 가수에게 닿기를"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목 놓아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팬덤이 만들던 응원법, 이제는 소속사가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응원법 제작 주체입니다. 예전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응원법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소속사의 팬 마케팅 팀이나 아이돌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이는 팬클럽이 대형화되면서 서로 다른 응원법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고,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튀는 멘트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소속사는 신곡이 나오면 공식 카페나 SNS에 응원법 가이드를 업로드합니다. 가사와 함께 간주 부분에 어떤 구호를 외쳐야 하는지, 심지어 시작 타이밍을 초 단위로 표시해주기도 하죠. 최근에는 아이돌들이 직접 응원법 가이드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직접 응원법을 가르쳐주니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돌들 대부분이 응원법을 팬들이 만드는 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NCT의 지성과 태용은 데뷔 4년차까지도 "팬들이 응원법 대장을 중심으로 모여서 연습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각자 집에서 공식 가이드를 보고 개별적으로 익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콘서트장에서 수만 명이 칼 같은 타이밍으로 응원법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 팬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콘서트장에서 직접 경험한 응원법의 진가
저는 HOT가 해체 후 재결합해서 열었던 단독 콘서트에 두 번 다 참석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모인 팬들이 한 목소리로 응원법을 외치는 순간은 정말 소름 돋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환희'의 응원법 "HOTHOT 고마워요 HOT HOTHOT 미안해요 HOT HOTHOT 사랑해요 HOT HOTHOT 영원해요 HOT 우린하나 HOT"를 부를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팬송인 '너와나'를 떼창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주 부분에서 응원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가수와 팬이 하나가 된 느낌이었죠. 무대 위 멤버들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지는 걸 보면서, "아, 우리 응원이 저들에게 진짜 힘이 되는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요즘 아이돌들의 응원법도 다양한 특징을 보입니다. BTOB는 응원법이 어렵기로 유명한데, 단순 떼창이 아니라 팬들이 화음을 쌓아야 하고 관중석을 좌우로 나눠 노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세븐틴은 멤버가 13명이다 보니 '하이라이트'라는 곡에서 5초 안에 모든 멤버 이름을 외쳐야 하는 난이도 높은 응원법으로 유명하죠. 이런 복잡한 응원법도 팬들은 개별적으로 연습해서 완벽하게 소화해내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K-팝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간 응원 문화
BTS가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면서 한국의 응원법 문화도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일본, 브라질,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팬들이 한국어로 된 응원법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시카고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서 수만 명의 외국인 팬들이 한국어로 '지화자'를 외치는 장면은 1세대 팬이었던 저로서도 뿌듯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즘 응원법이 과거보다 감정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팬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고마워요", "사랑해요", "영원해요" 같은 진심 어린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가수들도 팬들이 어떤 응원법을 만들어올지 기대하고, 예상치 못한 응원에 감동받는 일도 많았을 겁니다.
반면 지금은 소속사가 만든 응원법이 노래의 박자감을 살리고 함께 즐기는 데는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팬들의 자발적인 마음이 담기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응원이란 본질적으로 팬들의 진심을 담아야 하는데, 주최가 팬이 아닌 소속사나 가수라는 점은 분명한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 과거 응원법: 팬클럽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 감정적 메시지 중심
- 현재 응원법: 소속사 팬 마케팅 팀 또는 아이돌이 제작, 박자감과 통일성 중심
- 글로벌 확산: K-팝의 세계화와 함께 한국어 응원법이 전 세계로 전파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K-응원법이 K-팝의 세계화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1세대 응원법을 직접 외쳤던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국의 독특한 팬 문화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응원법은 단순히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무대 위에서는 가수가 노래로 팬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무대 아래에서는 팬들이 응원법으로 가수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죠. 방식은 바뀌었지만, 가수와 팬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의 감동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진심 어린 응원법들이 계속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 참고: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