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K-POP 해외팬들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HOT 콘서트에서 처음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때만 해도 단순히 '외국 팬들도 있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였는데,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K-POP 커버댄스 그룹 '디스틴토(Distinto)'의 모습을 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들은 국립 미술관 앞 광장에서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추며 완벽을 추구했고, 그 열정은 어떤 국내 팬덤보다 뜨거웠습니다. 과거 해외팬덤과 현재의 구조적 차이 1세대 아이돌 시절 해외팬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구조였습니다. 제가 HOT 콘서트를 다녔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해외팬들의 존재는 평소에는 거의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국가 간 팬 교류 플랫폼이 전무했기 때문에, TV에서 중국이나 대만 팬들이 공항에 몰려나온 장면을 봐야만 '아, 해외에도 팬이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콘서트장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중국어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해외팬 규모를 체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한류(韓流)라는 용어가 이제 막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한류란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로 확산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당시에는 특정 국가(주로 중국, 대만, 일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그 인기가 인접 국가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물결이 한 곳에서 시작해 점차 번져나가듯, 국가별로 시차를 두고 팬덤이 형성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발전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인기가 생깁니다. 네덜란드, 브라질, 멕시코 등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지역에서 K-POP 커버댄스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실제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의 2024년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K-POP 팬덤은 동아시아를 넘어 남미, 유럽, 중동까지 확장되었으며, 특히 유튜브와 틱톡을 통한...
팬이 되는 데 '서류 심사'가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아시나요? 저는 2000년대 초반, H.O.T.의 공식 팬클럽인 클럽HOT 회원이었습니다. 가입 신청서를 손으로 작성해 우편으로 보내고, 연회비를 은행에 직접 송금한 뒤 회원카드가 도착하길 기다렸습니다. 그 설렘은 지금의 앱 가입 클릭 한 번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 글은 그 시절 팬덤 문화가 왜 지금은 불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옛날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 문화였음을 이야기합니다. 공식팬클럽: 그 시절 팬덤은 조직이었다 1세대 아이돌 팬덤의 핵심은 공식팬클럽(Official Fan Club) 체계였습니다. 공식팬클럽이란 소속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인한 팬 조직으로, 단순한 팬 모임이 아니라 회장·부회장·지역 지부장이 있는 위계 구조를 갖춘 집단이었습니다. 저도 당시 클럽HOT의 부산 지부 활동에 참여하면서 임원진이 어떻게 팬들을 이끄는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팬클럽 운영 방식은 지금 보면 놀랍도록 아날로그적이었습니다. 스케줄 확인은 사서함(私書函) 전화를 이용했는데, 사서함이란 특정 전화번호에 연결된 음성 안내 서비스로 팬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공지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SNS 알림이 없던 시절, 이 사서함은 팬들의 유일한 공식 소통 창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편했을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당연했고 오히려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굿즈 수령도 전부 오프라인이었습니다. 공식 굿즈(Goods)란 아티스트 관련 공식 상품을 뜻하는데, 당시에는 배송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지역 지부 모임에서 직접 받거나 대형 음반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앱 클릭 한 번으로 문 앞까지 배송되는 구조가 아니었으니, 굿즈를 받기 위해 모이는 것 자체가 팬들끼리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오프라인 팬덤이 만들어낸 풍경들 제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새벽의 부산 사직 체육관 앞...
저는 초등학교 시절 HOT의 '캔디'를 TV로 보며 팬이 됐습니다. 당시 저는 기획사가 만든 스타를 그저 소비하는 입장이었고, 그들의 해체 소식에 마지막 음악방송을 울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학생 신분이었던 저는 소속사 앞 시위에 참여하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저는 프로듀스101을 보며 강다니엘에게 직접 투표를 했고 그가 워너원으로 데뷔하는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이 변화가 단순히 기술 발전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직접 경험하며 깨달았습니다. 오디션 참여: 팬이 직접 아이돌을 선택하는 시대 과거 팬클럽은 기획사가 완성한 스타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집단이었습니다. 1세대 아이돌 시절에는 팬들이 음악적으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아티스트로 인정받기보다는 '아이돌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더 강했습니다. 저 역시 HOT 팬이었던 시절,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CD를 사고 음악방송을 챙겨보는 것이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2016년 엠넷의 프로듀스101이 방영되면서 팬덤 문화에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국민 프로듀서'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아이돌 그룹의 멤버 구성부터 데뷔 여부까지 투표로 결정하게 했습니다. 저 역시 강다니엘의 귀여운 외모와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 섹시한 춤 실력에 반해 그를 원픽(One Pick, 가장 선호하는 후보)으로 선택했고, 매주 문자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과거처럼 완성된 스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데뷔 전 연습생 단계부터 팬이 직접 선택하고 육성하는 '육성 팬덤' 모델의 시작이었습니다. 육성 팬덤이란 팬이 단순히 스타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성장 과정에 적극 개입하고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를 뜻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러한 참여형 구조를 제도화했고, 팬들은 투표뿐 아니라 SNS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