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 시스템 (시작 배경, 훈련 과정, 학업 포기)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상위권에 아이돌이 당당히 자리 잡으면서, 이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저도 1세대 아이돌 H.O.T를 좋아하던 시절부터 이 업계를 지켜봤는데, 당시와 지금의 연습생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과연 이 시스템은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연습생 시스템은 왜 시작됐을까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의 시작을 이해하려면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제가 H.O.T를 열심히 좋아하던 1세대 아이돌 시절에도 연습생 시스템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당시에는 오디션이나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굴된 멤버들이 소속사에서 춤과 노래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데뷔 준비 기간이 지금처럼 길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이 많았고, 라이브 실력보다는 비주얼과 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전환점은 1997년 가요톱텐에서 생긴 변화였습니다. 방송사가 립싱크인 경우 화면에 립싱크 표시를 하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라이브도 잘하는 아이돌을 원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핵심 용어인 트레이닝 시스템(Training System)이 등장합니다. 트레이닝 시스템이란 기획사가 잠재력 있는 지망생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교육 과정을 뜻합니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완벽하게 부르며, 작곡 작사 실력까지 갖춘 완벽한 아이돌을 오디션이나 길거리 캐스팅만으로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어느 하나라도 특출나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선발해 연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장기간 훈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연습생 기간은 천차만별입니다. 1년 이하로 짧게 준비하고 데뷔한 아이돌도 있지만, 요즘에는 5년에서 10년 정도의 긴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국내 연예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만 2020년 기준 1,800명이 넘으며, 기획사 입성을 준비하는 예비 연습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집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연습생은 어떤 훈련을 받을까
저도 취재 과정에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교육 현장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강도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연습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안무 평가를 받으며, 기획사 관계자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습니다. "동선 정리를 더 잘해야 될 것 같아", "공간을 훨씬 크게 써도 돼" 같은 구체적인 지적이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성장합니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요즘은 작곡 능력까지 갖춰야 경쟁력 있는 아이돌로 인정받습니다. 제가 만난 한 연습생은 기초 음악 이론 수업에서 C 스케일부터 12개 메이저 스케일을 모두 그려보는 숙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케일(Scale)이란 음악의 기초가 되는 음계 체계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음의 배열 규칙입니다. 이런 이론을 익혀야 나중에 자신만의 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습생 한 명을 키워내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 한 명당 한 달에 최소 200만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돌 그룹 하나가 데뷔하는 데는 5억에서 20억 원이 투입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렇다 보니 개인이 투자 없이 데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는 것 자체가 데뷔만큼이나 어려운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주 5일 전일제 춤·노래 레슨 (기본 트레이닝)
- 일주일 단위 안무 평가 및 피드백 (실전 대비)
- 작곡·음악 이론 수업 (창작 능력 배양)
- 월 200만 원 이상 투입되는 교육비 (장기 투자)
비스트, 포미닛, 마마무, 여자아이들 등 수많은 K팝 아이돌을 배출한 한 기획사 대표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건 분명히 트레이닝의 힘"이라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러 찾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소 3년 정도의 트레이닝 기간만 확보하면 실력자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들어가는 학원, 이게 맞을까
요즘 아이돌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정석 루트'가 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 기획사에 들어가서 3~4년간 연습생 생활을 한 뒤, 고등학생 때 데뷔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형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대치동 한복판에 'SM 유니버스'라는 아이돌 입시 학원을 열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놀랐습니다. 3년 학기제로 운영되며, 학기당 학비가 최대 천만 원에 달한다는 점도 충격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규 교육 과정을 그만둬야 입학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수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 병행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를 자퇴하고 들어왔으며, "학교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냥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학교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기본 학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공교육을 포기하는 건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원 측은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연령이 빨라지고 있어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며, 검정고시 수업을 제공해 학력 문제는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확실히 될지도 모르는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는 건 너무 큰 리스크라고 봅니다.
미성년자인 아동·청소년은 성인이나 보호자가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케어해 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개인의 의지만 너무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학생들의 성격과 신체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획사 관계자, 부모님, 선생님의 역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8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결국 데뷔하지 못한 한 전 연습생은 "무조건 데뷔 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플랜 B를 짜놓을 생각을 못 했다"며,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 시간이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저는 아이돌이란 직업이 밖에서 볼 때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피땀 눈물이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아서 연습하고 노력해서 당당히 합격하거나,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아이돌의 한 면만 보고, 심지어 부모가 더 나서서 학원을 보내고 SNS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 이건 아이의 꿈인지 부모의 욕심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K팝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건 사실입니다. 블랙핑크는 월드 투어 두 달 만에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악 앨범 10개 중 8개가 K팝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광 뒤에는 탈락한 수많은 연습생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학교는 단지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한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올인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일순위가 바뀐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실패했을 때 대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업계도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청소년들의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상업적으로만 이용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 참고: KBS시사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