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컴백 주기의 변화 (싱글앨범, 음악방송, 컴백시스템)
BTS가 군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광화문까지 컴백 콘서트를 연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솔직히 저는 콘서트 규모보다 이번 앨범에 담긴 곡 수에 더 놀랐습니다. 요즘 아이돌 앨범 중에서 10곡이 넘는 걸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HOT를 좋아하던 1세대 아이돌 시절엔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앨범이라는 건 몇 개월, 어쩌면 1년 가까이 준비해서 짜잔 하고 발매하는 거였고, 기본 10곡은 넘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스트리밍까지, 음반 시스템의 대전환
제가 처음 HOT의 음반을 샀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당시엔 카세트 테이프와 CD를 함께 발매했고, 카세트 테이프 양면을 꽉 채울 만큼 곡이 들어있었습니다. 그게 정규 앨범의 기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요즘 음악 시장은 미니 앨범(EP), 싱글 앨범 위주로 재편됐습니다. 싱글 앨범에는 보통 1~3곡 정도만 수록되는데, 이는 음악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팬클럽에 가입한 찐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듣기 위해 카세트 테이프나 CD를 샀지만, MP3를 거쳐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에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음원 스트리밍이란 음악 파일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런 변화는 일반 대중, 즉 머글들이 더 이상 앨범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신 정규 앨범보다는 싱글 앨범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전략으로 바뀐 겁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물리적 음반 판매는 팬덤 중심으로만 유지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에서 3~4번으로, 컴백 주기가 짧아진 이유
예전엔 1년에 한 번 컴백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한 번 컴백하면 타이틀곡 하나로 한 달 이상 활동하고, 한 앨범에서 2~3곡 이상을 후속곡으로 활동한 뒤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나 SNS로 노출이 많아지면서 정작 방송 활동은 2~3주로 짧게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다시 컴백해서 1년에 3~4번 새 싱글 앨범을 들고 나오는 걸 자주 봅니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리패키지 음반을 포함해 총 4번의 음반 발표와 방송 활동을 했고, 레드벨벳도 3차례 음반을 발표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런 행보는 치열해진 케이팝 경쟁 환경의 결과입니다.
해가 다르게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고 기획사도 늘어나면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과거처럼 신비주의 전략으로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가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 짧은 컴백 주기로 지속적인 팬덤 관리 가능
- 다양한 콘셉트 시도로 대중성 확보
- 음반 제작비 부담 감소 (정규앨범 대비 싱글앨범)
- 스트리밍 시대에 맞춘 빠른 콘텐츠 소비 대응
음악 방송의 위상 변화와 새로운 홍보 전략
제가 음악을 접하던 시절엔 TV 음악 방송이 거의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그래서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는 게 정말 큰 의미였고, 가수들도 몇 주고 한 달이고 음악 방송 무대에 섰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을 접하는 매체가 너무 다양해져서 예전처럼 음악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돌과 소속사 입장에서도 음악 방송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대기 시간도 길고 사전 녹화부터 본방송까지 하루 종일 시간을 써야 하며, 무대 의상과 제작비도 들지만 출연료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 방송 활동 기간은 점점 줄이고, 대신 유튜브 콘텐츠나 팬 플랫폼을 통한 소통에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요즘 아이돌들은 모바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합니다. 레드벨벳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경우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독점 공개되고, 오마이걸이나 위키미키도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과 만납니다. 과거 케이블 채널 중심이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제는 모바일·인터넷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겁니다.
자본력과 팬덤 관리, 컴백 주기의 양면성
1년에 여러 번 컴백하려면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JYP의 박진영 대표가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인기 가수의 음반 한 장 제작에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 정도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속사의 가수들을 중심으로 1년 다(多) 컴백이 이뤄지는 겁니다.
때로는 소속사의 승부수 차원에서 공격적인 컴백 전략을 펼치기도 합니다. 데뷔 3~4년 차 안팎의 팀들이 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런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생각엔 이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분명 있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자주 컴백해서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돌 본인들 입장에서는 자기계발과 휴식을 취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예전엔 1년에 한 번 컴백이다 보니 정성껏 준비한 앨범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너무 자주 컴백하면 그런 의미보다 공장형 아이돌 느낌이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다만 요즘엔 공백기에도 팬 플랫폼이나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비추고, 예능에 나오거나 팬과의 소통이 잦으니까 과거처럼 컴백 주기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2~3년 만에 컴백 앨범을 내도 잘되는 가수들이 있는 걸 보면, 결국 중요한 건 팬덤과의 꾸준한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돌 컴백 시스템의 변화는 단순히 음악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짧은 주기의 컴백보다는 적절한 휴식과 준비 기간을 거친 앨범이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물론 시장 논리와 팬들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건 쉽지 않겠지만, 아이돌 본인들의 건강과 창작 여유도 함께 고려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케이팝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그 변화 속에서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행복한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참고: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