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클럽 문화 변화 (상시모집, 혜택제도, 통솔시스템)

저는 1990년대 말 HOT 팬클럽 clubHOT 3기부터 5기까지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그때는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나는 이 가수의 팬이다"라는 정체성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여러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시스템을 보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팬클럽이 기수 제도에서 상시 모집으로 바뀌고, 가입 동기도 순수한 응원보다는 혜택 확보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아이돌 팬클럽 문화 변화

팬클럽 상시모집 시스템, 실제로는 어떨까

제가 HOT 팬클럽을 했던 시절에는 매년 기수별로 모집을 했습니다. 1년 단위로 활동하는 구조였고, 기수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의 우비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돌 팬클럽은 대부분 상시 모집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방탄소년단 글로벌 팬클럽 아미(ARMY)도 2019년 7월 15일부터 상시 가입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 상시 모집 시스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어떤 분들은 "진짜 팬이 아니어도 언제든 가입해서 혜택만 챙길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보는데,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봅니다. 기수 제도는 팬클럽 모집 때마다 돈을 받고, 기수별로 다른 굿즈를 만들어야 하니 자원 낭비가 심합니다. 제가 HOT 팬클럽 할 때도 3기, 4기, 5기 우비가 전부 달랐는데, 솔직히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팬클럽은 가입과 탈퇴만 있으면 되지, 굳이 1년마다 갱신하고 새 굿즈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가입비는 3만 3천 원에 배송비 3천 원을 더해 총 3만 6천 원입니다. 이 금액으로 아미 멤버십 카드, 멤버십 키트, 모바일 카드 등을 받을 수 있고, 회원 유효 기간은 약 1년입니다. 위버스(Weverse)라는 플랫폼 앱을 통해 가입하는 방식인데, 위버스 아이디와 위플리(Weply) 아이디가 동일해야 콘서트 티켓 예매 시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팬클럽 가입 동기의 변화, 혜택이 우선인가

제가 HOT 팬클럽에 가입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나는 HOT 팬이니까." 그게 전부였습니다. 물론 팬미팅 참석 같은 혜택도 있었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부산 사직운동장에 모여서 몇십 대의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가 팬미팅에 참석했던 기억, 드림콘서트 때 오빠들이 먹을 음식을 팬클럽끼리 준비하던 모습, 흰 우비를 입고 흰 풍선을 흔들며 하나가 되던 그 소속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팬클럽 가입 동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콘서트 선예매 때문에", "팬 사인회 추첨 자격 때문에" 가입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팬클럽 혜택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선예매권(pre-sale)인데, 이는 일반 판매보다 먼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요즘 인기 아이돌 콘서트는 티켓팅 경쟁이 치열해서, 팬클럽 회원이 아니면 사실상 티켓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팬클럽은 본래 자발적인 모임인데, 혜택 때문에 강제성을 띠게 되는 건 본질과 맞지 않다고 봅니다. 팬클럽에 가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수를 좋아하고 콘서트에서 즐기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데, 선예매를 위해 돈을 내고 팬클럽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운영사 입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팬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합리적이겠지만, 이로 인해 팬클럽이 "혜택 구매 수단"으로 변질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1. 콘서트 선예매권: 팬클럽 회원 전용 티켓 예매 기간 제공
  2. 팬 사인회 추첨 자격: 앨범 구매 시 팬클럽 회원에게만 추첨 기회 부여
  3. 멤버십 전용 콘텐츠: 아티스트 자체 영상, 비하인드 영상 등 독점 제공
  4. 오프라인 특별 이벤트: 팬클럽 회원 대상 특별 행사 초대

팬클럽 통솔 시스템의 변화, 리더 없는 시대

제가 HOT 팬클럽을 할 때는 팬클럽 회장이 있었고, 지역별로도 회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서함을 통해 오빠들의 스케줄을 알려주고, 팬들을 하나로 모으고 통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콘서트나 행사 때 "줄 서세요, 다 앉으세요" 하며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던 팬클럽 회장 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통일감과 유대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팬클럽 회장 제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행사 때마다 비공식 리더들이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책임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으로 팬클럽 회원을 관리했지만, 이제는 위버스 같은 플랫폼 앱을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통솔자나 리더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이 효율성을 가져왔지만, 그만큼 사람 간의 연결고리는 약해진 셈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아쉽습니다. 팬클럽 회장단은 단순히 행정 업무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고, 팬들에게는 선배이자 롤모델 같은 존재였습니다.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우러러보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관계가 사라지고, 모든 게 앱과 시스템으로 대체되면서 팬클럽 문화 자체가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느낌입니다. 물론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집단의 경험은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K-팝 팬덤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팬클럽의 역할도 오프라인 모임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지역 기반의 유대감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팬클럽 문화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1990년대 말의 팬클럽 문화와 지금의 팬클럽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상시 모집 시스템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였지만, 혜택 중심의 가입 동기는 팬클럽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플랫폼 기반 관리 시스템은 효율성을 가져왔지만, 팬들 간의 유대감과 집단 경험을 약화시켰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팬클럽이 "함께 응원하는 공동체"라는 본질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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