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홈마란 (fansite master, 촬영 장비, 사진 보정)

한 번의 스케줄이 끝나면 적게는 2,000장, 많게는 만 장의 사진을 선별해야 한다는 말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팬덤에서 '홈마(홈페이지 마스터, fansite master)'라 불리는 이들은 대포카메라를 들고 아이돌의 공항 출국부터 행사장까지 따라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수천 장 중 단 몇 장만 골라 정성스럽게 보정해 팬들에게 공유합니다. 일반적으로 홈마를 사생팬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제 경험상 최근 홈마 문화는 단순한 사생 활동과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kpop fansite master, 케이팝 홈마

fansite master, 홈마의 실체

홈마는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특정 아이돌 멤버의 팬 사이트를 운영하며 직접 촬영한 고화질 사진을 올리는 팬을 뜻합니다. 외국 팬덤에서는 이들을 'fansite master'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한 명의 아이돌을 전담으로 촬영하고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개인이 운영하는 아이돌 전문 사진 아카이브인 셈입니다.

제가 HOT 팬이었던 1세대 아이돌 시절에는 이런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잡지나 기획사 공식 사진이 전부였고, 팬카페에 간혹 올라오는 직찍도 화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특이하게도 콘서트 직찍을 문방구에서 판매하기도 했는데, 지금 홈마들이 찍는 사진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샤이니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대포 여신'이라 불리는 유명 홈마들이 등장하면서, 기자들보다 좋은 카메라를 든 팬들이 아이돌 사진 유통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홈마 활동에 필요한 장비는 상상 이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포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 여분 배터리, 휴대용 충전기는 필수이며, 행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우를 대비해 접이식 의자까지 챙깁니다. 제가 최근 한터글로벌 콘서트에서 목격한 홈마들은 단차가 있는 좌석 최전방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카메라 장비만 해도 수백만 원은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한 홈마는 3년간 쓴 돈이 웬만한 원룸 전세금 수준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노동, 촬영부터 보정까지

홈마의 작업은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먼저 프리뷰 사진을 SNS에 올립니다. 프리뷰(preview)란 카메라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저해상도 사진을 뜻하는데, 팬들은 이 프리뷰를 보고 "빨리 보정해 주세요"라며 본격적인 고화질 사진을 기다립니다. 쉽게 말해 예고편을 먼저 공개하고, 본편은 보정 후 공개하는 시스템입니다.

보정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정교합니다. 우선 피부를 매끄럽게 보정하고, 그날 착용한 액세서리나 마이크, 인이어 같은 소품이 예쁘게 나왔다면 채도와 선명도를 높여 강조합니다. 사진 한 장을 보정하는 데 짧으면 30분, 길면 두 시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수천 장을 촬영해도 최종적으로 SNS에 올리는 사진은 많아야 4장 정도입니다. 이 과정은 사진 편집 기술이 전혀 없던 사람도 약 6개월간 독학으로 익혀야 할 만큼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홈마들이 이렇게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SNS에서 대량으로 리트윗되고 공유되면,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팬이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한 홈마는 "연예인이 무대에서 전율을 느끼듯, 제가 공들인 사진이 알티 폭발하면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홈마는 아이돌 마케팅의 비공식 주체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사생팬과 홈마, 어디까지가 경계인가

일반적으로 홈마를 사생팬과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지만, 제 경험상 둘은 분명히 다릅니다. 사생팬(sasaeng fan)이란 택시나 차량을 동원해 아이돌을 쫓아다니거나, 숙소 앞에서 대기하며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아이돌의 동선을 불법적으로 추적하고 일상을 침범하는 행위입니다. 반면 홈마는 공항이나 공식 행사장처럼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서만 촬영합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공항 출국 장면은 공식 스케줄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기획사가 직접 기자들을 부르고 홈마들의 촬영을 묵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부 기획사는 행사나 쇼케이스에 홈마들을 초청해 촬영을 허용하기도 하는데, 금전적 보상은 전혀 없이 오로지 홍보 목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렇게 홈마는 팬이면서 동시에 비공식 홍보 인력으로 기능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콘서트나 쇼케이스처럼 촬영이 금지된 공식 행사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부 홈마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몰래 촬영을 시도하는데, 걸리면 퇴출당하고 비싼 티켓도 날립니다. 제가 5년 전 HOT 단독 콘서트에 갔을 때는 플로어 좌석이라 대포카메라를 본 적이 없었지만, 최근 한터글로벌 콘서트에서는 단차가 있는 정면 좌석 덕분에 홈마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다른 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쭈그려 앉아 촬영하고, 주변 팬들도 오히려 "들키지 않게 숨겨줘야 한다"며 협조한다는 것입니다.

  1. 공항·행사장 등 공개된 장소에서만 촬영하며, 매니저가 출퇴근길 촬영 자제를 요청하면 따른다
  2. 기획사가 홍보 목적으로 홈마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 사생 활동과는 구분된다
  3. 콘서트 등 촬영 금지 구역에서는 적발 시 퇴출 위험을 감수하며, 주변 팬들은 오히려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

홈마 문화는 사랑과 열정, 그리고 명예로 작동합니다. 금전적 수익은 거의 없고, 일부 홈마가 사진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더라도 대부분 기부하거나 팬 활동에 재투자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시간 투자와 금전 소비는 장기적인 팬 활동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홈마는 아이돌 팬덤의 독특한 생태계이자, 케이팝이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하는 데 일조한 비공식 인프라입니다. 다만 본인의 한계를 인지하고 건강하게 팬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홈마에 관심이 있다면 케이팝 팬덤 문화를 다룬 연구 자료나 팬덤 전문 미디어를 참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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