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의 지하철 광고 (팬덤 문화, 응원 방식, 소통 공간)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나 데뷔 기념 광고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누가 저런 걸 돈 들여서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팬카페나 개인 팬, 해외 팬들이 직접 비용을 모아서 올린 것이더군요. 제가 1세대 아이돌 HOT의 팬이었을 때만 해도 이런 광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때는 A4 용지에 사진과 글을 출력해서 길거리 벽에 붙이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과거와 현재, 팬덤 응원 방식의 변화
저는 고등학교 시절 HOT 팬이었습니다. 멤버들 생일이 되면 새벽에 일어나 학교 가는 길 곳곳에 A4 용지로 출력한 사진과 축하 글을 쭈욱 붙이고 다녔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오빠들 생일을 챙기고 싶었고, 제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오늘이 오빠들 생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와 같은 팬들이 이 벽보를 보고 하루 종일 즐겁고 뿌듯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19년 서울 지하철 광고 중 21%가 아이돌 관련 광고였다는 분석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전체 광고 10,468건 중 2,166건이 K팝 아이돌을 위한 광고였고, 2014년에는 76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8년에는 2,0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급증세는 단순히 팬덤 규모가 커진 것만이 아니라, 팬들의 응원 방식 자체가 변화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노동력을 써서 응원했다면, 지금은 금전적 후원을 통한 응원이 주를 이룹니다. 요즘엔 길거리에 마음대로 벽보를 붙일 수도 없고, 지하철 광고판이 훨씬 크고 멋지기 때문에 팬들이 광고판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 장소에 한 달간 광고를 게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450만 원 정도인데, 팬사이트들은 포토북이나 열쇠고리, 액세서리 등 직접 제작한 팬 상품을 판매해서 이 비용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지하철 광고가 인기 있는 이유와 주요 장소
지하철 광고는 단순히 생일 축하나 데뷔 기념을 알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돌이 직접 그 광고판을 찾아가서 인증샷을 찍기도 합니다. 광고판 주변에는 포스트잇으로 다른 팬들이 남긴 질문이나 축하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어서, 아이돌이 직접 읽을 수 있도록 해놨더군요. 제가 직접 강남역 근처에서 본 광고판에도 수백 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고, 팬들이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광고 설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역, 삼성역, 홍대역, 합정역입니다. 압구정역과 명동역도 팬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 역들이 선호되는 이유는 팬들이 자주 찾는 명소와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아 더 많은 팬들이 광고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역들은 아이돌 관련 카페나 굿즈 샵이 밀집해 있어서 팬들의 '성지 순례'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광고는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요즘 흔치 않은 오프라인 소통 공간이자, 팬과 아이돌이 간접적으로나마 교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와서 인증샷까지 찍는다면 광고를 올린 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 셈이죠.
팬덤별 광고 현황과 경쟁 양상
2019년 기준으로 광고 출연 횟수를 살펴보면 팬덤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보이그룹 중에서는 방탄소년단이 227회로 1위를 차지했고, 엑소가 165회, 워너원이 159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개인별로는 방탄소년단 정국이 46회로 1위, 엑소 백현이 35회로 2위, 방탄소년단 뷔가 31회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걸그룹 팬덤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즈원이 40편의 광고로 1위를 차지했고,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각각 22편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수치는 단순히 팬덤 규모만이 아니라 팬들의 조직력과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팬덤 간 경쟁도 점점 과열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철 광고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도 한국 아이돌 광고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는 약간 걱정이 됩니다. 물론 팬들의 자부심이고 자발적인 응원이지만, 과도한 경쟁은 팬덤 문화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 문화의 명암과 대안적 응원 방식
지하철 광고는 분명 팬들의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백만 원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도 응원이지만, 그 돈으로 아이돌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거나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요즘 많은 아이돌 팬덤들이 기부나 봉사 활동을 아이돌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훨씬 아이돌 이미지에도 좋고 팬덤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최근 팬덤 문화는 한국 아이돌을 넘어 외국 가수, 프로게이머, 소설 속 캐 릭터에 대한 애정 표현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방영된 이후, 데뷔를 위한 대중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광고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팬덤 문화가 단순 소비를 넘어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로 진화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이돌 팬덤의 지하철 광고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팬카페, 개인 팬, 해외 팬 등 다양한 주체가 자발적으로 비용을 마련합니다.
- 생일, 데뷔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집중되며, 팬과 아이돌의 간접 소통 창구 역할을 합니다.
- 유동 인구가 많은 역에 집중되어 있어 홍보 효과가 큽니다.
- 포스트잇 메시지 등을 통해 팬들 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합니다.
저는 지하철 광고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팬덤 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다양한 응원 방식이 공존해야 한다고 봅니다. 광고도 좋지만, 기부나 봉사처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응원도 함께 이루어진다면 팬덤 문화가 더욱 성숙해질 것입니다. 제 경험상 진정한 팬심은 화려함보다 진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팬덤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참고: SPUTN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