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탈퇴와 팬심리 (HOT 경험, 멤버 이탈, 팬덤 변화)

엔하이픈 희승의 탈퇴 소식을 듣고 저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팬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클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과거 HOT 팬이었을 때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제가 겪은 것은 직접적인 탈퇴가 아니라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로 인한 해체였지만, 완전체가 아닌 그룹을 보는 아픔은 비슷했습니다.

HOT 팬으로서 겪은 간접적 탈퇴 경험

저는 HOT의 누군가 한 명을 좋아하는 팬이 아니었습니다. 5명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그룹의 시너지, 그 자체를 사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멤버 한 명이 탈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토니, 재원, 운혁이 SM을 떠나 JTL로 재결성하고, 희준과 강타가 각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완전체(完全體)'란 원래 구성된 모든 멤버가 함께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K팝 팬덤에서는 이 완전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HOT가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했을 때, HOT 노래는 전부 따라 불렀지만 솔로곡들은 알기는 알아도 따라 부르지 못했습니다. 제 열정이 완전체 HOT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팬이 저와 같지는 않았습니다. 특정 멤버를 좋아하던 팬들은 그 멤버의 새로운 그룹이나 솔로 활동을 그대로 응원했습니다. 이처럼 팬심리는 개인마다 다르며, '최애(最愛)'가 누구냐에 따라 반응도 천차만별입니다. 최애란 여러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의미하는 팬덤 용어입니다.

요즘 K팝에서 멤버 이탈이 잦은 이유
아이돌 탈퇴와 팬심리

혹시 요즘 아이돌 그룹에서 멤버 탈퇴가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느끼시나요?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자진 탈퇴부터 시작해서 사생활 문제, 연애, 심지어 범죄로 인한 강제 탈퇴까지 사유도 다양합니다. 팬들이 직접 탈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자아이들의 수진이 학교폭력 논란으로 탈퇴했을 때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습니다. 인기 있는 메인 멤버가 빠지면 그룹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지금 여자아이들을 보세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 색깔로 오히려 더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룹 아이덴티티(Group Identity)'가 개인보다 강하게 작용한 사례입니다. 그룹 아이덴티티란 특정 멤버가 아닌 그룹 전체가 가진 고유한 이미지와 음악적 방향성을 말합니다.

엔하이픈 희승의 경우 메인 보컬이라는 핵심 포지션을 담당했기에 충격이 더 큽니다. 그는 6년간 팀과 함께하며 'FEVER', 'Bite Me' 같은 히트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까지 팬사인회에 웃으며 참석하던 그가 갑자기 탈퇴를 선언했으니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소속사 빌리프랩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팬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습니다(출처: 관련 영상).

  1. 자진 탈퇴: 음악적 방향성 차이, 개인 활동 욕구 등
  2. 사생활 논란: 학교폭력, 연애, 사회 규범 위반 등
  3. 범죄 문제: 법적 처벌이 필요한 심각한 사안
  4. 팬 요구: 팬덤이 직접 탈퇴를 요청하는 경우

멤버 탈퇴 후 팬덤은 어떻게 변하는가

비중 있는 멤버가 탈퇴하면 팬덤 내부에서는 분명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도 HOT를 경험하며 이를 몸소 느꼈습니다. 탈퇴한 멤버의 팬이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팬 활동을 완전히 그만둡니다. 반면 그룹 자체를 사랑했던 팬들은 남은 멤버들을 계속 응원하며 팬질을 이어갑니다.

요즘 팬덤 문화에서는 '본진(本陣)', '부본진(副本陣)'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본진은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주된 그룹이고, 부본진은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그룹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요즘 팬들은 한 그룹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그룹을 동시에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현상을 '멀티 팬덤(Multi-fandom)'이라고 부릅니다.

멀티 팬덤 문화 때문에 과거보다 팬들의 이동이 활발합니다. 좋아하던 멤버가 탈퇴하면 다른 그룹으로 관심을 옮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겁니다. 물론 탈퇴 직후에는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마음이 아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최애를 찾아 떠나는 팬들도 생길 것입니다. 이는 팬덤의 유동성이 높아진 현상을 보여줍니다.

희승의 경우 자필 편지에서 "개인 작업을 오래 이어왔고, 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음악적 지향점이 그룹 활동과 달랐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탈퇴한다면 일부 팬들은 그의 솔로 활동을 응원할 것이고, 일부는 6인 체제의 엔하이픈을 계속 지지할 것입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공식 SNS를 통해 "희승 형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탈퇴로 인한 팬들의 상처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HOT가 완전체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한동안 힘들었지만, 결국 각 멤버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팬덤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희승과 엔하이픈 모두 각자의 길에서 행복하길 바라며, 팬들도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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